저도 등산을 시작한 지 2년쯤 됐을 때까지만 해도 스틱은 노인들이나 쓰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주변 젊은 등산객들 중에 스틱을 챙기는 사람은 거의 없었거든요. 하지만 경사가 심한 산을 몇 번 다녀온 뒤, 무릎에 느껴지는 통증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그제야 등산스틱이 단순한 보조도구가 아니라 관절을 보호하는 필수 장비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하산 시 스틱을 올바르게 사용하면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을 최대 25%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제 경험상으로도, 제대로 된 사용법만 익히면 산행의 질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부분 모르는 스트랩 그립법
등산스틱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그립법입니다. 스틱을 그냥 손으로 꽉 쥐고 다니는 거죠.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손에 힘을 잔뜩 주고 손바닥으로 스틱을 움켜쥐면서 산을 올랐는데, 한 시간만 지나도 손바닥이 아프고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더군요.
올바른 그립법의 핵심은 스트랩(Strap) 활용에 있습니다. 여기서 스트랩이란 스틱 손잡이에 달린 끈을 말하는데, 단순히 손목에 걸어두는 장식품이 아닙니다. 스트랩을 제대로 활용하면 손의 피로도를 크게 줄이면서도 스틱과 몸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먼저 스트랩을 손목에 걸친 뒤, 스트랩을 위에서 누르듯이 손으로 감싸 쥐는 겁니다. 그러면 손등 쪽이 압박되면서 스틱이 손에 강하게 고정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손가락은 가볍게만 쥐어주면 됩니다. 꽉 쥘 필요가 없어요.
실제로 이렇게 잡고 땅을 짚어보면, 힘이 팔 전체로 전달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상체 근육이 발달한 분들은 가슴과 어깨까지 자극이 오는 걸 체감하실 겁니다. 이게 바로 스틱과 몸이 하나가 된 상태입니다(출처: 대한산악연맹). 이 감각을 잡지 못하면 아무리 비싼 스틱을 써도 효과가 반감됩니다.
오르막에서 추진력 얻는 법
오르막 구간에서 스틱을 제대로 활용하면 하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등산 중 스틱 사용 시 하체 근육의 피로도가 약 20~30% 감소한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비교해 본 결과로도, 같은 코스를 스틱 없이 올랐을 때와 스틱을 쓰고 올랐을 때 체감 피로도가 확실히 달랐습니다.
오르막에서는 먼저 스틱 길이를 평지 기준보다 3~5cm 정도 짧게 조정해야 합니다. 경사가 심한 구간이라면 더 짧게 설정하는 게 좋습니다. 길이 조정의 기준은 팔꿈치 각도(Elbow Angle)인데, 스틱을 땅에 짚었을 때 팔꿈치가 약 90도를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사용법의 핵심은 팔을 펴는 동작에 있습니다. 스틱을 위쪽 지면에 먼저 짚은 뒤, 발을 내디디면서 팔을 쭉 펴주는 겁니다. 이때 스틱을 뒤로 던지는 게 아니라, 팔꿈치를 확실하게 펴면서 밀어내는 느낌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면 상체의 힘이 하체와 결합되면서 강력한 추진력이 생깁니다.
오르막 사용 시 주의할 점:
- 스틱에 체중을 30% 이상 싣지 않기 (하체 70% 유지)
- 스틱을 너무 앞에 짚지 않기 (균형 무너짐 위험)
- 팔을 완전히 펴는 동작 확실히 하기
제 경험상 처음엔 어색하지만, 5~6번 정도 산행을 반복하면 몸에 익습니다. 익숙해지면 같은 오르막도 훨씬 수월하게 느껴집니다.
내리막에서 무릎 지키는 위치
내리막 구간이야말로 스틱의 진가가 드러나는 구간입니다. 하산 시 무릎에는 체중의 6~8베에 달하는 충격이 가해진다고 합니다. 60kg 성인이라면 무릎 하나에 360~480kg의 하중이 실리는 셈이죠. 저도 스틱 없이 하산했을 때는 다음날 계단 내려가기가 힘들 정도로 무릎이 욱신거렸습니다.
내리막에서는 평지 기준보다 약 10cm 정도 길게 스틱을 늘려야 합니다. 경사가 급하면 더 길게 조정해도 좋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길이보다 '스틱의 위치'입니다.
내리막의 핵심 원칙은 스틱이 항상 무릎보다 앞에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양손을 앞으로 뻗어 지면을 먼저 짚고, 그 위치까지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무릎이 받을 충격을 스틱이 먼저 흡수하면서 관절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초보자들이 자주 하는 실수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스틱에 체중을 너무 많이 싣는 것. 스틱은 어디까지나 보조 도구입니다. 과도하게 의지하면 스틱이 미끄러지거나 균형을 잃을 수 있습니다. 둘째, 스틱이 몸 뒤로 빠지는 것. 익숙하지 않으면 자꾸 스틱이 뒤로 가는데, 그러면 무릎 보호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급경사 구간에서는 스틱의 헤드(Head) 부분을 직접 잡는 방법도 있습니다. 헤드란 스틱의 손잡이 윗부분을 말하는데, 이 부분을 잡으면 스틱 길이가 자동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급경사에서 유용합니다. 다만 헤드가 미끄러운 재질이면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평지와 급경사 길이 세팅
스틱 길이 조정은 지형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고정형 스틱이 아닌 조절형 스틱을 사용한다면, 상황에 맞게 길이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효율이 크게 달라집니다.
평지 기준 길이는 스틱을 땅에 세웠을 때 팔꿈치가 90도를 이루는 지점입니다. 신장 170cm 성인 기준으로 대략 110~115cm 정도입니다. 이 길이를 기준점으로 잡고, 오르막에서는 3~5cm 짧게, 내리막에서는 10cm 정도 길게 조정하면 됩니다.
제가 실제로 여러 코스를 다니며 테스트한 결과, 개인차가 꽤 있더군요. 팔 길이가 긴 분들은 기준보다 조금 더 길게, 보폭이 넓은 분들은 오르막에서 더 짧게 설정하는 게 편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본인이 직접 조절해 보면서 가장 편한 길이를 찾는 게 맞습니다.
스틱 재질도 중요합니다. 알루미늄 스틱은 무게가 가볍지만 충격 흡수력이 떨어지고, 카본 스틱은 가볍고 충격 흡수는 좋지만 가격이 비쌉니다. 저는 처음엔 저렴한 알루미늄 스틱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카본 혼합 모델을 쓰고 있습니다. 장시간 산행에서는 무게 차이가 체감됩니다.
처음엔 스틱이 거추장스럽고 폼도 안 나 보여서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사용법을 익힌 뒤로는 스틱 없는 등산을 상상할 수 없게 됐습니다. 특히 무릎 통증이 사라진 게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등산은 체력만 믿고 하는 게 아니라, 몸을 어떻게 보호하느냐가 더 중요한 운동입니다. 스틱 하나로 산행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제는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괜한 자존심 때문에 몸을 혹사하지 마시고, 장비를 제대로 활용해서 오래 건강하게 산을 즐기시길 바랍니다.